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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사키 나에]

 

(편지에 목캔디 작은 박스를 동봉했다.)

안녕, 아카사키. 네 노래 잘 듣고 있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어. 난 너희 밴드 음악을 제법 좋아하거든. 밴드 사운드랑 네 보컬이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해. 세션끼리 합도 잘 맞고… 그리고 시간 날때마다 공연도 가끔 보러 갔었는데 날 봤을 지는 모르겠네. 이러니까 어쩐지 팬레터 비슷한 거 쓰는 기분인데, 팬까지는 아니니까 오해 말고..

너랑 하고 싶은건… 보니까 더위 많이 타는 것 같던데, 방과 후에 빙수 같은 거라도 먹으러 갈까? 너 한가할 때 말해, 내 연습은 빼면 되니까. 그리고 마니또 밝혀지고 나서 나랑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알려줘.

아무튼 반장일도, 보컬도 힘내길 바란다. 그리고 내 정체는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 같네. 그럼 이만 줄일게.

[나츠키 카즈야]

 

춘래이화백하지수엽청(春來梨花白夏至樹葉靑)한 것이 어느새 한 해의 두 번째 계절이 왔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구나. 만리장천(萬里長天)한 모습이 우리들에게 백일막허송청춘부재래(白日莫虛送靑春不再來)라는 것만 같아 지금의 시간을 쉬이 흘려보내선 안된다고 생각이 든다. 은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편지에는 필자(筆者)에 대한 귀띔을 적으라 하셨으나 이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해야할 급우들의 추억만들기에 해가 될것이라 생각이 들어 따로 나를 추측할 수 있는 일은 없도록 하려고 한다. 나의 정다운 급우인 네가 널리 혜량(惠諒)해주길 바란다. 편지를 전하는 이 일에도 네가 분골쇄신(粉骨碎身)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본 나는 막불감동(莫不感動)하였으나, 그런 노력을 하는 만큼 네가 학업정진(學業精進)하였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이전에 보아하니 어려운 한문에 취약한듯 보였다. 정다운 나의 급우여. 너와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너와 함께 수불석권(手不釋卷)하여 취약한 한문을 갈고 닦는 것이고, 두 번째는 네가 말했듯, 네 취미와 여름방학 계획을 공유해 함께 여인동락(與人同樂)해보는 것이다. 이 일들을 너와 함께 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희불자승(喜不自勝)할 일이 될 것 같구나.

 

지금 이 편지도 해석이 어려워 쉬이 읽히지 아니한다면, 이에 눈이 밝은 급우에게 부탁을 해보는 것도 좋겠구나.

그럼, 네게 보내는 편지는 이만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보고자 한다.

 

私の濃い級友、夏樹 一矢へ。

(펜글씨인 본문과는 달리, 마지막 문장만이 얇은 붓글씨로 적혀있다.)

[시라토리 마시로]

 

안녕. 시라토리. 나는 너의 마니또. 이름은 밝힐 수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지.

 

하고 싶은 말이라. 매일 보는 학우에게 굳이 편지를 써야하는 걸까 의아하지만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했어. 네 이름 말이야. 白자가 두 개나 들어가잖아. 그것도 맨 앞과 뒤에. 굉장히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 게다가 시라토리. 네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백조자리가 떠오른단 말이지.

 

백조자리는 여름철 북쪽하늘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야. 백조자리의 알파성은 '여름의 대삼각형'을 구성하는 세개의 밝은 별 중 하나인 데네브.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내가 좋아하는 별들 중 하나가 네 이름을 들으면 떠오른다는 거야. 너야 별 관심이 없겠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 천체관측부 동아리실에 들러서 백조자리를 한번 관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지금까지는 나에 대한 힌트였어. 이정도면 난이도 최하의 문제라고 생각해. 틀리면 조금.. 섭섭할지도 모르겠네.

 

너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약 10시간 정도 고민을 해봤어. 우주에 대해 3시간 토론하기 같은 걸 쓸까 했지만, 난 나만 신나는 일을 같이 하자고 할 정도로 경우없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번 여름에 꽤 큰 규모의 유성우가 내릴 예정이야. 물론 천체관측부원들이 모여서 관측을 할 예정이고. 마츠오카 선생님은 물론 우리 반에서도 시간 되는 애들은 올거야.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니까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유성우는 우주가 주는 진귀한.. 아니, 이게 아니라. 하여튼 거기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시라토리 마시로. 괜찮다면 휴대 가능한 건반을 옥상으로 옮겨서 유성우가 내리는 동안 연주를 해주지 않을래? 이게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야. 네가 연주하는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풍경 아래에서 함께 듣는 것. 꽤 오래 추억할만한 일이 되겠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라.

 

용건은 여기까지. 그럼 내가 누군지 잘 생각해봐.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만!

[후지이 켄이치]

 

 여어, 후지이.

 여름은 잘 보내고 있어?

 편지 같은 건 잘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초반엔 이렇게 안부 인사를 적는 모양이야. 세이엔에서 맞는 세 번째 여름이 너한테 너무 덥지 않았길 바라.

 하고 싶은 말을 적어야 한다면…… 음, 이 정도겠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같은 걸 고민해봤는데…… 내 생각엔 남은 촬영 동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좀 더 고민해보고, 당장 하고 싶은 것보단 ‘언젠가’ 꼭 하고 싶은 걸 적게 됐어.

 

 한 5년 뒤, 6년 뒤에도 우리가 쭈욱 연락하는 사이라면 야구 보러 가자. 대신 한 번으로는 안 돼. 시즌이 시작하는 날, 가장 더운 날, 그리고 시즌이 끝나는 날. 전부 보러 가야 돼. 팀은…….

 아직 취미가 없어서 못 골랐지만, 그 전까진 메인 구단을 정해둘게.

 너랑 겹쳤으면 좋겠다. (제발.)

 

 이렇게 쓰고 나니까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또 생겼어. 너─무 부담 가지고 듣진 말고.

 다음에 네가 주전으로 뛰는 첫 경기, 꼭 보러 갈게.

 이 말에 무슨 말이 숨어 있는지 알지? ^^.

 마지막이잖아, 후지이. 우리 힘내보자.

 

 …‥맞다, 힌트를 안 적을 뻔 했네.

 의외로 너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야.

 꼬옥, 맞춰줬으면 좋겠다. 못 맞춰도 상관은 없어. 내가 티 안 나게 귀찮게 굴 뿐이지.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돼.

 

ps. 이거 하니까 은근히 재밌는데? 주간 행사로 하자.

[마츠나가 츠루하]

 

안녕, 나는 최고로 귀엽고 깜찍한 아이돌이야. 나는 네가 만든 쿠키를 정말 좋아해. 네가 쿠키를 만들 때마다 그 옆에서 첫 번째로 시식하는 친구가 되고싶어. 다음에는 쿠키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요리를 함께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기왕이면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가고싶어. 내가 널 닮은 깜찍한 캐릭터 도시락을 싸올게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아빠가 만들어주는 거겠지만, 널 닮게 만들도록 잔뜩 잔소리 하려고. 더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가을에 우리 소풍가자. 약속이다-. 추신, 황치즈 쿠키가 먹고싶어.

[카와타 신야]

 

안녕, 카와타.

 

카와타가 이 편지를 읽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읽긴 할거라고 대답해줬으니 마저 적을게. 네 시간을 뺏을 생각은 없으니까. ...짧으면 읽어줄거지? 그치?

 

나는 카와타랑 책을 읽어도 좋고, 별을 보러가도 좋을 것 같아. 물론, 네 옆에서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것들은 너도 허락해 줄 것 같아서.

 

오늘도 공부 잘 되는 하루 보내길 바랄게, 카와타.

 

From. (밥 그릇이 그려져있다.)

[시라하라 마유미]

 

안녕. 인사부터 하는 게 맞나? 네 마니또야.

 

너와 대화를 그리 많이 해보진 않아서, 서두를 때기가 어렵네. 너와 뭘 하면 좋을지, 네가 뭘 하면 좋아할지 고민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어.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나름 공통점이라고 생각했거든. 별로라면, 어쩔 수 없지 뭐.

 

위에도 힌트가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 들지만 하나 정도는 더 있어도 괜찮겠지. 네 자리에서 나를 보려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할 거야.

 

맞추면 선물이 있다는 것 같던데. 기왕이면 선물도 받기를 바랄게.

여름의 편지, 마니또 드림2